'Fun 마케팅'의 열풍 속으로- 약국
몇 년 전만해도 사람들은 몸에 이상 신호가 오면 약국으로 먼저 달려갔다. 그리고 하얀 가운을 입은 약사와 건강에 대한 상담을 받고 처방 받은 약을 먹는 것으로 치료의 과정은 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변하기 시작하였다. 의약분업화의 시작으로 사람들은 더 이상 병원에서 의사에게 상담받 듯 약국을 찾지 않는다. 또한 한미 FTA 체결로 대형 체인 형태의 약국이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는 주식회사 규모를 가진 약국도 출연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소약국은 자생력을 키워 나갈 수 밖에 없게 되었고 그 방법 중 하나로 Fun마케팅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약국은 놀이터?!
매장에 들어서면 중앙에 아름드리 나무의 조형물이 있고 그 옆으로 어린이 미끄럼틀을 비롯해 그네, 소꿉놀이 등 각종 장난감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한쪽으로는 어린이 키높이에 자그마한 방이 있고 내부에는 부업, 화장대 등 테마별 놀이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아이들 놀이방이 아니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약국의 전경이다.
 
이 약국은 고객의 90% 이상이 같은 건물 소아과에서 유입되는 어린이들이기 때문에 기존의 약국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고 신개념의 어린이 전문 테마 약국을 만들었다. 이 약국은 아이들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부모가 약사와 상담받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어린이 약품 뿐만 아니라 성인 약품의 매출도 동반 상승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소아과 인근의 약국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거나 어린이 전용 상품들을 어린이들의 손이 잘 닿는 곳에 배치하고 이벤트 코너를 꾸며 놓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은 쓰디쓴 가루약과 두툼한 알약을 먹어야하는 두려움을 이러한 약국에 들어서는 순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약도 캐릭터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은 전체 제약시장에서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어린이 전용 약품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의약품은 처방전없이 약국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며 특히, 어린이 약품의 경우에는 캐릭터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화약품의 경우 이미 2001년부터 캐릭터를 사용해왔다. 위즈의 ‘얌’ 캐릭터를 이용하여 ‘비타씨얌’이라는 제품을 출시하여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상큼한 얌 이미지와 제품이 잘 접목되었다는 평이다.
제약회사 유유는 유산균 제품에 ‘헬로키티’를 접목 하여 다양한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으며 한미약품은 입술보호제에 ‘호박씨’ 캐릭터를 접목하여 다양한 호박씨 패션 중 고를 수 있는 재미를 주었다.
보령제약은 최근 어린이 종합 비타민제에 뽀로로 캐릭터를 접목하고 동심을 잡고자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가장 보수적이라고 하는 제약회사들도 점차 커져가는 어린이 약품 시장의 점유율을 넓혀가기 위하여 인기 캐릭터를 접목하는 Fun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이러한 방법은 소비자들에게 시각적인 재미와 감각적인 자극을 주고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어 가장 쉬운 키즈 마케팅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약국 매대는 캐릭터 붐!
약국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영양제, 성장음료, 캔디, 밴드, 치약, 칫솔 등 어린이 의약부외품의 경우 시중에서 판매하는 상품보다 가격이 비싸다하더라도 부모들은 심리적으로 안심하고 구입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의약부외품 전문회사들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하여 가장 먼저 인기 캐릭터를 찾고 있다.
의약부외품에 캐릭터 마케팅 붐을 가져온 캐릭터는 단연 ‘방귀대장 뿡뿡이’이다. 어린이영양제, 비타민 캔디류, 베이비오랄케어, 은나노칫솔 등 다양한 제품으로 상품화되었으며 ‘방귀대장 뿡뿡이’ 상품의 성공은 타사의 적극적인 캐릭터 도입을 부추겼다.
의약부외품 전문회사 남양 F&B는 최근 EBS에서 인기리에 방송 중인 ‘천사랑’ 캐릭터를 이용한 캔디류를 출시하였으며 앞으로 다양한 시리즈 상품을 계획하고 있다. 마스크 전문 회사 ‘현대케미칼’도 ‘천사랑’ 캐릭터 마스크를 출시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조아제약은 ‘짱구는 못말려’ 캐릭터를 접목한 어린이 기능성 음료 시리즈를 출시하여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으며 이번 상품의 성공으로 어린이 대상 전 제품에 캐릭터 접목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주)대상은 젤리타입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어린이 클로렐라 제품에 뿌까를 출시하였으며 이외에 다양한 회사들이 부비 칼라밴드, 스폰지밥 비타민씨, 개구리중사 케로로 음료 등을 출시하고 있다.
 
약국은 달라지고 있다. 약국의 가장 앞에 진열되는 매대에는 캐릭터 상품이 점령하고 있고 어린이를 겨냥한 이벤트가 낯설지 않다. 처방전만을 의존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된 중소약국은 소비자들과 좀더 가까워지기 위해 Fun마케팅을 가장 쉽게 도입한다.
또한 제약회사와 의약부외품 전문회사들은 커져가는 어린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혀가기 위해 너나할 것 없이 인기 캐릭터를 사용함으로써 Fun마케팅에 합류하고 있다. 상품의 우수성만을 강조해서는 더 이상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힘든 것이다.
더 이상 약국은 어린이에게 두려운 장소가 아니다. 어린이들은 약국에 들어서면 준비되어 있는 놀거리, 볼거리 그리고 고르는 재미까지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약국에 불어온 Fun마케팅의 열풍은 어린이 전용 약국의 출현이 머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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